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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아래 백성은 무게를 느끼지 아니하며

반지하.....

 

제왕으로서 존경해야 될 대상이며 하늘도 심히 사랑하고 있는 바는 바로 백성이다. 지금 신하가 임금으로부터 중요한 지위를 받아 하늘이 가장 사랑하는 바의 백성을 다스리면서, 어찌 그 백성에게 안정과 이익을 주고 잘 길러 제도해 주지 않을 수가 있으랴? 이러 까닭으로 군자가 임무를 맡아 지위에 있게 되면 이민(利民)을 생각하고 현달한 즉 어진 이를 추천하기를 힘써야 하니 이보다 더 큰 공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므로 윗자리에 있어도 아래 백성은 무게를 느끼지 아니하며, 앞에 있어도 뒷사람이 불안을 느끼지 않게 된다라 말한 것이다.

 

帝王之所尊敬(제왕지소존경)、天之所甚愛者(천지소심애자),民也(민야)。今人臣受君之重位(금인신수군지중위),牧天之所甚愛(목천지소심애),焉可以不安而利之(언가이부안이리지)、養而濟之哉(양이제지재)?是以君子任職則思利民(시이군자임직칙사리민),達上則思進賢(달상칙사진현),功孰大焉(공숙대언)?故居上而下不重也(고거상이하부중야),在前而後不始也(재전이후부시야)。《書()》稱():「天工(천공)、人其代之(인기대지)」,王者法天而建官(왕자법천이건관),自公卿以下(자공경이하),至于小司(지우소사),輒非天官也(첩비천관야)?是故明主不敢以私愛(시고명주부감이사애),忠臣不敢以誣能(충신부감이무능)。夫竊人之財(부절인지재),猶謂之盜(유위지도),況天官以私己乎(황투천관이사기호)?以罪犯人(이죄범인),必加誅罰(필가주벌),況乃犯天(황내범천),得無咎乎(득무구호)

 

 

위의 글은 왕부(王符: AD 85~162 후한의 사상가 학자)가 쓴 의 일부이다 잠부(潛夫)’란 혼탁한 세상에 벼슬길에 발을 들이지 않고 민중들 속에 묻혀 유유자적하며 살아간 본인 스스로를 뜻한다. 후한 말기 환관과 외척의 농단이 극에 달하고 민중의 고통은 극에 달하였다. 그 시절 그는 고향에서 붓을 들고 세상을 향해 일갈했던 것이다.

 

“제왕으로서 존경해야 하며 하늘도 심히 사랑하는 바는 바로 백성이다.”

하늘(민심이 천심)이 백성을 다스리라 명한 윗 자리에서 백성을 편안한 생활을 영위 할 수 있게 하고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이 군주와 위정자(爲政者)의 소명임을 1900년 전 지식인 왕부(王符)는 주장한다.

 

왕부의 이러한 주장을 오늘날에 미루어 보아도 전혀 진부하거나 고리타분한 생각이 아니다. 오늘날 대통령과 그 각료들은 백성의 안위를 위해 힘쓰고 백성의 윗자리에 있으며 아래 있는 백성이 힘겨워 하지 않고 불안해 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라 최근 수재를 맞은 서울시의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고통에 힘 겨워함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모 구청장은 SNS에 저녁으로 전을 먹고 있음을 자랑질하고, 10여명이 죽거나 실종되는 위기에서 서울시장과 행정관료들은 전임시장과 전 정권의 핑계만대고 있으며, 대통령은 집에서 전화로 상항파악을 하고 있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실시간 생중계로 보고 있다.  바로 그 시점이 시민들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고 어떤 이들은 주검으로 돌아와 살아있는 가족들을 망연자실하게 만들고 있다.   

 

 아래에서 비루한 자를 데려오면 임금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한다.”

 

결국 위정자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덕성이 부족한 자, 위정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자, 그리고 능력은 되나 그 능력을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뛰어난 자들로 윗자리가 채워지면 백성은 그들을 이고 있기에 무거움을 느끼고, 앞에 있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지금은 느낌이 아니라 그것이 현실로 다가와 무겁고 불안하게 되었다. 오 년이란 세월을 견딜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아프고 슬플 따름이다.